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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투어] 웬만해선 끄떡없는 여행지…난, 지하로 여행간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봤음 직한 그곳. 일상적인 풍경으로 기억되는 지하상가를 '여행'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정말 신선하다. 네이버 여행+ 정미진·박민영·소수현 세 명의 에디터가 쇼핑은 물론 맛집, 주변 볼거리와의 접근성까지 우수한 지하상가만을 엄선한 뒤 현장 취재에 나섰다. 온전한 하루를 누구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지하상가 빅3' 투어다.

■ 01 부평 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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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지하상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에디터에게 부평 지하상가는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소에 다시 가면 예전보다 작고 보잘것없이 느껴진다고들 하지만 이곳만큼은 다르다. 여전히 길을 잃을 만큼 크고,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 8만명, 출구 33개, 1400여 개 매장이 입점해 있는 인천 부평 지하상가. 엄청난 규모 자체가 볼거리다. "여기 아까 왔던 곳 같은데?"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렸던 한마디. 길이 어렵다기보다는 가게들에 현혹돼 걷다 보면 표지판 볼 생각이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다. 부평 지하상가 쇼핑몰은 전체 4개 색상길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길이 헷갈린다면 바닥이나 천장을 보자. 여기가 어디지 싶을 때 나타나는 안내판은 지하상가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저 규모만 크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단일 면적 내 지하 공간에 가장 많은 점포 입점'으로 세계 기네스북까지 올랐다. 1400여 개 점포 수로 짐작 가능하듯 다양한 매장이 입점해 있다. 의류 및 잡화는 물론 애완용품 매장, 사진관, 문구점, 약국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에디터가 사려고 했던 티셔츠, 소화제, 펜, 향초 등을 모두 구매할 수 있었다.

지하상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배고프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궂은 날씨를 뚫고 맛집을 찾으러 가지 않아도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 SNS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일본식 베이커리부터 맛집 프로그램에 방영된 냉면집까지. 에디터는 베이커리 '에키노마에'에서 오징어튀김이 붙어 있는 '이까링'을 먹어봤는데, 일단 에그샐러드 양부터 합격이다. 기대보다 계란과 오징어의 조합이 좋아 역시 맛집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지하상가로 데이트를 하러 왔다면 조금 아쉽다. 하지만 16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45번 버스를 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40분 정도 달려 종점에 내리면 눈앞에 드넓은 서해가 펼쳐진다. 이렇게나 가까운 바다라니. 코를 찌르는 바다 냄새와 줄지어 있는 조개구이 맛집은 덤. 월미도의 매력적인 일몰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인천'이라는 도시가 달리 보인다. 하루 만에 만족스러운 쇼핑과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으니까.

■ 02 안양 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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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

안양. 대한민국에서 안양 신드롬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님 세대 때는 지금의 이태원급으로 전국 멋쟁이들이 모인 최고 핫플레이스였고, 20대 친구들에게는 소설 속 '간지' 폭발 '학교짱' 오빠가 산다는 전설의 땅이다. 현재 안양은 그 명성을 잃은 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놀고 먹기에 최적화된 도시임에 틀림없다. 에디터를 포함한 안양 주민들은 개미지옥 같은 이곳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지역 지하상가를 다녀봐도 보세 옷은 안양 지하상가가 가장 저렴하다. 옷 가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 티 두 장에 1만원이 평균이고 심지어 한 장에 3000원 하는 상점도 있다. 지하상가 규모는 고속터미널이나 부평처럼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알짜배기다. 현재 여름 이월상품 세일이 한창이다. 1만원권 두어 장 챙겨서 지하상가 안에 내리는 '가성비'를 맞으며 천천히 둘러보시라. 어느새 두 손은 무거워지고 입가에 미소가 만개할 것. 이보다 더 좋은 소확행이 있을까.

안양역에서 나오면 2층은 롯데백화점, 1층은 일번가, 지하로는 지하상가가 연결돼 있다. 또 지하상가 출구들은 각 고속버스터미널, 중앙시장, 일번가, 여러 큰 상가빌딩 등과 연결돼 있으니 거의 텔레포트급으로 동서남북 이동 가능.

안양 영화관은 총 2개. 롯데백화점 내 영화관과 지하상가 12번 출구와 이어지는 영화관. 대부분 사람들은 백화점 내 영화관을 이용한다. 쇼핑 및 기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안양 토박이 에디터는 이 점을 잘 알기에 주로 12번 출구의 롯데시네마를 이용한다. 이곳은 이상할 만큼 영화관에 사람이 없다. 영화를 예매하면 혼자 보는 경우가 많고, 인기 있는 영화를 상영해도 관람객은 10명 정도뿐. 평일 오후 4시 55분에 방문한 영화관. 진짜 사람 없다는 걸 인증하기 위해 방문했다. 취재 당시 상영작 중 최고 인기인 '신과 함께-인과 연', 40분 후에 상영하는데 단 1명도 예매하지 않았다. 영화관에 혼자뿐이니 다른 사람 눈치 안 봐도 된다. 큰소리 내면서 깔깔 웃을 수 있고, 슬플 땐 코 훌쩍이며 대성통곡하니 참 편하다.

온종일 지하에서 다니다 보면 답답함이 느껴지게 마련. 지하로부터 나와 '안양예술공원'으로 가보자. 안양역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단 15분이면 도착. 이곳은 산 좋고 물 좋고 맛집 많기로 유명하다. 관악산 끝자락과 연결된 둘레길을 걸을 수 있고,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놀기 좋게 해놨다. 취재 당일, 안양 곳곳을 누비고 다니니 배가 출출했다. 안양 토박이 단골 곤드레밥 식당에 가서 한 끼 두둑이 먹고, 노천카페에 앉아 있으니 지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 03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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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한강공원

고속터미널과 연결돼 있어서인지 더 붐비는 이곳. 바로 3·7·9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다. 고투몰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지가 벌써 6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고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고투몰 지하상가는 구불구불 복잡한 다른 지하상가와는 다르게 직선 형태로 상가가 형성돼 있다. 중앙광장을 기준으로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데, 옷 이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고투몰 양끝에 자리한 식당가에는 이용객들을 위한 쉼터가 자리해 있다. 에디터가 이곳을 방문한 날이 꽤 더운 편이었는데 쉼터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류, 인테리어, 잡화, 소품, 액세서리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인테리어 소품이나 꽃으로 유명하다. 발품만 잘 팔면 다른 지하상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수입 소품이나 유니크한 아이템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꽃다발이 필요하거나 싱싱하고 예쁜 꽃을 사고 싶지만 양재동 꽃시장까지 가기엔 애매할 때도 이곳을 찾곤 한다.

지하상가 쇼핑이 답답하다면? 시야를 조금만 돌려보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서울에 쇼핑하기 좋은 장소를 찾자면 정말×100 많다. 하지만 저렴한 보세 상가 분위기와 백화점 분위기, 맛집 거리 분위기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다. 실내 통로로 한번에 이어지는 곳이라면 더더욱. 이곳은 고속터미널역을 중심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지하상가부터 영화관, 아웃렛, 백화점, 대형 서점, 센트럴시티의 쇼핑 상가가 모여 있는데, 마치 복합쇼핑몰을 연상케 할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면세점까지 입점해 그 범위가 더 넓어졌다.

고속터미널역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근처에 한강이 자리해 있다는 점이다. 이것보다 더 매력적인 게 또 있을까? 한강 방면 어느 출구로 나오든 쉽게 한강공원을 찾아갈 수 있다. 역에서 반포 한강공원 방면 출구로 나와 따릉이를 타고 이동하거나, 반포 나들목과 한강공원의 청소년광장을 잇는 올레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역시 여름의 한강답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나무 밑이나 그늘진 자리는 이미 만석인 상태. 이런 후덥지근한 날씨에 돗자리 깔고 앉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면 피서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 아닐까. 이곳에선 텐트와 돗자리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아, 그리고 치킨 한 마리 정도는 필수로 시키길 바란다.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 사방에서 풍기는 치킨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으니까.

[정미진 / 박민영 / 소수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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