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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KTX 경강선! 강릉으로 연말 해돋이 여행 떠나볼까
서울역~강릉역 2시간이면 충분, 22일 정식 개통…커피거리 차 한잔 마시고 오는 '강원도 마실'시대

서울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경강선 고속철도가 12월 22일 정식 개통한다. 이로써 실질적인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 완성됐다. 경강선 KTX를 타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시간54분이 걸리고 청량리에서 타면 20분이 더 절약된다. 무엇보다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크다. 지난 6월 기대 속에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서울과 영동 북부를 최소 1시간30분대에 연결한다고 기대를 모았지만 그다지 가까워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차량이 늘어나면 막히는 것이 도로의 숙명.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막힐 일이 거의 없는 고속철도가 생기는 것이다. 마음 울적할 땐 오후에 잠시 떠나 월정사 전나무숲을 걷고, 강릉 커피거리에서 차 한잔 마시고 오는 부담감 전혀 없는 '강원도 마실'이 가능하다.

반갑다 경강선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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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24일 시운전하는 경강선 KTX를 타고 강릉 여행에 나섰다.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일찍 플랫폼에 나와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한껏 멋을 낸 모양이었다. 열차 앞뒤 동력차 한 량을 오륜기와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랩핑해 꾸몄다. 일명 KTX 열차계의 벤츠라 불리는 신식 모델로 안전성과 성능 면에서 기존 고속열차를 압도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도 2020년까지 이 열차는 경강선에만 투입될 거라고 했다.

부푼 기대감을 잔뜩 실은 열차가 정시에 서울역을 출발했다. 서울역에서부터 서원주까지는 경원선(용산~청량리, 12.7㎞)과 중앙선(청량리~서원주, 86.4㎞)을 이용한다. 이 구간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같은 일반 열차도 다닌다. 그래서 속도를 크게 낼 수 없다. 일반열차와 고속철도가 분기하는 서원주를 지나면 오롯이 경강선(원주~강릉, 120.3㎞)을 따라 달리게 된다.

서울~강릉 222.7㎞를 연결하는 경강선에는 모두 10개 역이 있다. 이 중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6개 역. 각각의 역사마다 지역의 특성을 듬뿍 담아내 건축물을 꾸몄다. 소고기가 유명한 횡성은 소의 뿔과 눈을 형상화해 설계했고, 강릉역은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것에서 착안해 역사를 원통형으로 지었다.

서원주를 지나고부터 고속열차가 진가를 발휘한다. 시속 250㎞까지 속력을 내며 선로를 질주한다. 터널이 하도 많아 지하철을 탄 기분이다. 산이 많은 강원도 지형에는 터널이 필수다. 원주 이후부터 총선로의 65%가 터널(34개, 76㎞)이다. 터널 때문에 주변 풍광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터널을 하나 지나면 진부, 또 하나 넘으면 평창… 그렇게 경강선 KTX 열차는 터널을 통해 공간이동을 했다.

드디어 강릉역에 내렸다. 서울 하늘보다 훨씬 짙푸른 강릉 하늘을 바라보고 한숨 들이마셨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채 2시간이 되지 않아 강릉 땅을 밟고 있다니, 고속도로에서 씨름을 했던 지난날의 강원도 여행길이 떠올라 얼떨떨했다. 강원도 여행길, 그야말로 차원이 달라졌다.

기차 여행 1번지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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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소돌아들바위에서 본 해돋이 장면

기차에서 내려 처음으로 한 일은 다시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강원도는 사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차 여행지다. 정동진 해돋이를 보러 가는 무궁화호 밤기차의 낭만이 아직까지 선하다. 관광열차의 붐도 강원도에서 시작했다. 두메산골의 환상적인 설경을 눈에 담는 환상선 순환 눈꽃열차,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태백·정선선을 달리는 아리랑열차, 그리고 푸른 동해를 오롯이 품은 바다열차가 대표적이다.

2007년에 운행을 시작한 바다열차는 지금까지 135만여 명이 넘게 탑승해 동해안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떠올랐다. 강릉(정동진)~동해~삼척까지 이어지는 해안철도를 따라 1시간30분 약 56㎞를 달리는 바다열차는 오로지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 편하게 바다를 감상하도록 창을 바라보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열차 내 DJ를 둬 감동을 더해줄 음악을 틀고 사연을 읽어주는 등 오락성을 두루 갖췄다. 그래서 열차에 오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예술이다. 세상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정동진에서부터 시작해 줄곧 넘실거리는 바다를 쫓아 열차가 달린다.

차창 밖 바다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10년 된 '구닥다리' 말고 관광 '신상'을 원한다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로 가자. 차창 밖 바다를 단숨에 허리춤으로 당겨온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열린 것은 지난 6월, 국방부와 문화재청의 협의를 거쳐 해안경비를 위한 군사 정찰로로만 이용되던 해안길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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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된 정동진 해안단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로 정동진역 근처 정동매표소에서 심곡항 매표소까지 2.9㎞를 연결한다. 정동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매표소와 해안과의 고도차는 약 80m.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단을 밟으며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그 옛날 이곳엔 짠물이 찰방찰방했을 것이다. 상상 속 잠수함을 타고 해저 80m 지점에 닿았다. 거기서부터는 괴암과 몽돌 해변 위로 조성된 데크로드가 이어진다.

한껏 상상력을 자극하는 괴암과 시루떡처럼 각 잡힌 너른 바위 등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의 기록이 해안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영겁의 비밀을 간직한 해안산책길은 무엇보다 청각을 자극했다. 파도는 종착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냈다. 몽돌에서는 웅장한 북소리를, 뾰족하게 선 투구바위에선 날 선 비명 소리를 냈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해돋이 보고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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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해 일출도 당일치기로 볼 수 있다. 밤기차를 타고 무박 2일로 해돋이 여행을 떠났던 낭만은 사라졌지만 좀 더 편안하게 일출여행을 즐길 수 있다. 2018년 1월 1일 강릉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40분. 청량리에서 오전 5시 32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강릉에 내리는 시간은 7시 8분이다. 강릉역에서 곧장 택시를 잡아타면 경포해변까지는 10분, 정동진까지는 넉넉잡아 25분이 걸린다.

십수 년 전 정동진에서 마주했던 해돋이 풍경을 떠올려봤다. 해를 구경하러 간 것인지, 앞 사람 뒤통수를 보러 간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인파 속에 진을 쏙 뺀 기억이다. 굳이 붐비는 정동진 말고도 강릉엔 해돋이 명소가 여럿 있다. 강릉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주문진 소돌아들바위 공원도 그중 하나다. '소돌아들 소돌아들….' 입에서 굴러가는 듯한 어감이 좋아 나긋이 이름을 읊조려본다. 둥글둥글 참 정감 있는 이름이다. '소돌아들바위'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으로 소돌은 이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그러니까 이 귀여운 이름의 주인공은 소돌마을에 있는 아들바위다. 자식이 없는 노부부가 이 바위에 대고 백일기도를 올린 다음 아이를 갖게 됐다는 전설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단다. 그만큼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말이니, 새해 소원을 빌기에도 딱이다. 방파제 위로 조성된 산책로에 서면 외딴 등대와 수평선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벌건 해를 한 컷에 담아낼 수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 한 시간 가까이 칼바람을 맞았더니 온몸이 마비될 정도다. 뜨끈한 모닝커피 한잔이 절실해진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안목항 커피거리로 향했다. 자그마한 어촌마을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데이트 코스였다. 바다를 앞두고 늘어선 횟집 사이사이에 커피자판기 70여 대가 늘어선 것이 안목항 커피거리의 시작. 현재 자판기는 전부 사라지고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커피거리 초입에 위치한 '산토리니'는 드립커피 전문점이다. 가게 3층에서는 직접 커피콩도 볶는다. 2·3층 테라스 좌석은 안목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명당 중의 명당. 1층에선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경강선 KTX 100배 즐기기

경강선 KTX 서울~강릉 티켓 값은 2만7600원이다. 서울역 기준 첫차가 오전 8시 1분, 막차는 오후 5시 1분이다. 강릉역 기준 첫차는 오전 5시 30분, 막차는 오후 10시 30분. 바다열차는 워낙 인기가 많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바다열차 홈페이지에서만 가능. 편도 기준 특실 1만6000원, 일반실 1만3000원.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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