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리에서, 숨은 낭만 찾기
일주일간 파리지앵이 되어 진짜 파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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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밝힌 오르세미술관. 파리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사진 제공 = 파리 관광청]

지구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시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예술가와 사상가·문학가들은 전부 파리를 갈망했다. 미국의 헤밍웨이, 스페인의 피카소, 아일랜드의 오스카 와일드, 독일의 발터 베냐민 등 끝도 없다. 그들이 죽어 전설이 된 지금도 파리는 전 세계 트렌드세터들과 예술가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까지 홀리고 있다.

이 콧대 높은 도시는 마치 양파 같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0년 전 처음 찾았던 파리에서는 명소들을 순회하며 기본기를 익혔다. 지난주에 다녀온 두 번째 방문에서는 파리와 좀 더 가까워지기로 했다. 번화한 대로변 말고 골목으로 향했고 명소 대신 소소한 카페와 파리지앵들의 아지트를 찾았다.

하루 일과는 이러하다. 오전 9~10시 사이 기상. 관광객이 몰리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일정에서 빼니 아침이 훨씬 여유로웠다. 숙소 근처 카페로 가서 크루아상과 커피를 마시고 점심 때쯤 일정을 시작한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여름날 파리는 오후 10시에 해가 지기 때문에 조금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다. 하루에 하나 주요 거점을 정하고 구글맵을 켠 다음 요리조리 스캔을 한다. 타인의 후기나 사진을 참고해 도보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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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드 플로르에서 맛본 프렌치 양파 수프.

요즘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하다는 편집숍 '콜레트'에는 멋쟁이 파리지앵이 많았다. 파사주 데 파노라마는 1817년 만들어진 쇼핑 거리다. 길이 130m 쇼핑 아케이드로 옛 파리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00년대 초반에 나온 엽서와 우표, 골동품을 파는 상점부터 미쉐린 2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안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커피숍 등 이종의 것이 뒤엉켜 있는 파사주 데 파노라마를 찾는 사람은 다양하다. 옛것이 그리운 노신사부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간판은 물론 쇼윈도 구석구석까지 훑는 젊은 대학생, 그리고 파리의 소소한 일상을 흉내 내려는 뜨내기 여행객이 모여 신기한 기류를 형성하는 곳이다.

일주일 동안 15개 카페를 다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샹젤리제 같은 번화가 대로변에 있는 카페는 가격이 비싸다. 번화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피 가격이 내려간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주로 중심가에서 슬쩍 비켜난 곳을 찾는다. 현지인과 섞여 테라스 카페에 앉아 있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일을 언제 하는 거지? 평일 오전 11시부터 자리를 잡고 앉은 슈트 차림의 파리지앵 집단은 오후 1시가 넘도록 자리를 뜨지 않는다.

1층에 있는 거의 모든 식당과 카페에 테라스 공간이 있다. 가게 앞 인도가 넓든 좁든 테이블을 가게 밖으로 꺼내 놓는다. 파리는 흡연자에게 무척 친절한 도시다. 식당 테라스에서, 심지어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태워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흡연자에겐 천국이지만 비흡연자에겐 고역일 터. 담배 연기가 싫다면 안에 있는 자리를 요구해라. 대신 찬란한 초여름 볕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길을 걷는 파리지앵 구경은 포기해야 한다.

현지인 따라잡기 테마에 맞게 번화가에 있는 카페는 일부러 피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카페 드 플로르'. 1881년 오픈한 파리의 터줏대감이다. 사르트르·보부아르·카뮈 등이 말하면 입 아픈 이 카페의 어마어마한 단골 리스트다. 첫 여행에서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사진도 찍고 구경했지만 이번에는 테라스에 조용히 앉아 브런치를 먹었다. 뜨끈한 프랑스 전통 양파수프로 요기를 하고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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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를 사랑하는 파리지앵. [사진 제공 = 파리 관광청]

2014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라 르시클르리'는 '갸르 오르나노' 기차역을 개조해 만들었다. 파리 중심부에서 비켜난 18구에 위치한다. 하여 관광객은 거의 없고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라 르시클르리의 카페는 일명 '폐선로 텃밭 카페'라고 불린다. 폐선로 주변에 각종 야채를 심은 작은 텃밭이 있고 그 옆에 좌석을 설치해 친환경 테라스로 꾸몄다. 버려진 것과 새롭게 태어난 것이 공존하는 희한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신다.

폐선로와 카페…. 문득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경의선숲길'이 떠올랐다. 같은 콘셉트인데 모양새는 무척 달랐다. 파리는 옛것을 그대로 둔 채 재활용한다면, 우리나라는 옛것을 극히 일부만 남기고 새로운 것을 덧입혀 버린다. 남겨진 일부는 기록을 위해 억지로 남긴 증거물 같이 느껴진다. 상념이 깊어질 때쯤 '꼬끼오' 하는 닭 울음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이방인의 터덜터덜 발소리가 텃밭 귀퉁이에서 낮잠을 자던 닭을 깨웠나 보다. 이곳에서 키우는 닭들은 너른 텃밭 귀퉁이에 마련된 자연친화적 닭장에서 자란다. 그리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걀보다 훨씬 건강하고 신선한 것을 생산한다.

유리 피라미드가 내려다보이는 루브르 박물관 2층 테라스 카페는 다분히 '파리스러웠던' 반면 모스크 사원 내부의 비밀스러운 카페는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모자이크 타일로 현란하게 꾸민 이슬람식 분수와 정원을 중심으로 테라스를 조성했다.

파리의 여름밤은 길다. 10시를 넘겨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저녁에는 시장도 상점도 문을 닫는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으로 저녁 시간을 때우기도 이틀째쯤 되니 지겨워졌다. 술값 밥값도 만만치 않았다. 길을 걸으며 야경이나 보자는 생각에 센강 쪽으로 향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에펠탑부터 오르세미술관·노트르담대성당·콩코르드광장 등 웬만한 명소를 다 거친다.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파리지앵도 많았다. 대로변에서 강을 내려다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강둑을 따라 빼곡히 앉아 야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아예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 내려온 일행도 보였다. 당장 파리지앵의 야간 피크닉에 합류했다. 잔디는커녕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야 했지만 이런 모습이 되레 파리다웠다.

▶▶ 파리지앵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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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날씨 = 파리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6~7월은 일교차도 큰 편이다. 하늘도 시시각각 변한다. 소나기가 쏟아졌다가도 거짓말처럼 맑아진다. 맑은 날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바람막이가 필수다.

② 현지인처럼 = 구글맵 앱으로도 충분하지만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맛집 검색 앱 '옐프(Yelp)'나 대중교통 안내 앱 '시티맵퍼(Citymapper)'를 이용하자. 옐프는 사용자 후기를 바탕으로 평점을 매긴다. 시티맵퍼는 전 세계 주요 도시 대중교통을 다룬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길 찾기' 기능을 누르면 버스, 메트로, 기차, 도보, 공용 자전거, 택시, 우버 등 다양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한다.

[파리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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