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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셰프 송훈의 음식생각] 가을엔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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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있다는 전어는 가을 제철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다. 연탄불에 구운 냄새만으로도 집 나갔던 며느리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 전어를 만나봐야겠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말보다는 내가 살찌는 계절이다.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살을 축적한다고 기분 좋게 표현해본다. 10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인 전어 역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건강에 좋은 지방(FISH OIL)을 축적한다. 가을전어가 제일 맛있고 고소한 이유다.

전어는 회·구이·조림·튀김 등 여러 가지 조리법을 활용할 수 있다. 비교적 조리법이 쉬워 가정집에서도 많이 요리해 먹는데, 이때 비브리오균만 주의하면 큰 문제가 없다. 흐르는 수돗물에만 깨끗이 씻어준다면 안심하고 맛있는 전어를 맛볼 수 있다.

전어구이의 향을 따라 무작정 강원도 정동진으로 향했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생선구이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횟집엔 한쪽에 연탄구이 화로를 구비했다. 바로 그 위에 석쇠를 놓고 굵은 천일염을 뿌려가며 전어를 굽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일정하게 올라오는 연탄불 화력에 전어의 껍질이 닿자마자 향이 정동진 전역에 퍼져 나간다.

우리 할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이 부채질을 해가며 노릇노릇하게 전어를 굽는 모습은 80년대 시장에서의 추억까지 불러일으킨다. 자, 이제 먹어 볼 차례다. 머리부터 뼈, 꼬리까지 버릴 거 하나 없는 알찬 전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와." 비린내는커녕 '생선의 고소함이 이런 거야'라고 뽐내듯이 내 입안에 요동을 친다. 전어구이는 다른 소스 없이 소금과 전어로만 맛을 낸다. 뭔가를 추가한들 과연 이 맛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본 재료의 맛, 혼자만의 힘이었다.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지났다. 예전보다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며느리들에게 명절 스트레스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전어가 추석 지나고 이맘때쯤이 제철인 것에는 큰 뜻이 있지 않을까? 추석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엄마, 부인들을 위해 오늘은 전어를 제대로 구울 타이밍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전어를 한입 맛본다면 꺼내려던 캐리어를 슬그머니 넣어놓지 않을까?(웃음)

[송훈 더훈 레스토랑 총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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