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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여행] "엉금엉금~ 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아마존 뺨치는 대한민국 속 습지투어
우리나라 습지 여행 핫플레이스 4곳

여행의 시작은 다양하다. TV에 나와서, SNS에서 이슈가 됐거나 심지어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고 특가 상품을 지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개인 습성에 따라 여행은 다양하게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행지를 좋아한다. 단 한 컷의 사진을 보고 구미가 당기는 일도 허다하다. 한참 공간이 주는 오묘한 분위기에 빠져든 적도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마법 같은 여행지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습지다. 남태평양 한복판의 무인도 혹은 깊은 아마존 정글 속 분위기를 자아내는 습지가 대한민국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오묘한 기운이 감도는 습지로 인생사진 건지러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6월 여행지 중 습지 4곳을 추렸다.

국내 최고(最古) 자연 내륙 습지…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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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우포늪. [사진 제공 = 창녕군청]

경남 창녕 우포늪은 무려 우포(1.3㎢), 목포(0.53㎢), 사지포(0.36㎢), 쪽지벌(0.14㎢) 등 네 개의 늪으로 구성된 천연 습지다. 생성 시기는 약 8000만년 전. 낙동강과 낙동강의 지류 토평천이 범람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면적만 2.313㎢로 국내 내륙 습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 천연 공간에는 수리부엉이·따오기 등 천연기념물이나 가시연꽃·팔색조 등 멸종위기종 21종을 포함해 동식물 1500여 종이 살고 있다. 방대한 생태학적 가치를 품고 있는 우포늪은 천연기념물 524호이자, 환경부로부터 지정된 습지보호지역이다.

우포늪을 한 바퀴 둘러 가는 우포늪생명길을 걸으며 생태탐방을 할 수 있다. 우포늪 주변 마을의 주민이 이용하던 임도를 정비해 탐방로로 재탄생했다. 출발지점에서 약 1㎞ 떨어진 대대제방은 우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 잔물결 하나 없는 우포에선 백로와 왜가리가 흔하다. 늪을 둘러싼 숲은 녹음이 짙다 못해 검푸른 빛을 낸다. 우포의 수심은 평균 2m. 중요한 것은 물 아래 펄이다. 펄 깊이는 수심의 두 배가 넘는 약 5m에 달한다.

쪽지벌과 우포 사이에 있는 사초군락이 우포늪생명길의 백미다. 사초, 갈대와 억새 사이로 좁은 길이 나있다. 좁은 길 위엔 바람에 부딪히는 갈대와 억새 우는 소리 그리고 풍뎅이 날갯짓 소리와 꾀꼬리 울음만 울려 퍼진다. 사초군락 근처엔 둘레가 50m 정도 되는 늪이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웅덩이는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이름 모를 초록 식물이 카펫처럼 깔려 있는 늪에 한 줄기 빛이 내리면 모든 생명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용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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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산 용늪. [사진 제공 = 인제군청]

강원도 인제 대암산(1304m)에 자리 잡은 용늪은 국내 유일한 고층습원이다. 고층습원은 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 위의 습지를 일컫는 것으로 그 학술적 자연생태학적 가치가 크다. 용늪에 따라붙는 수식어만도 어마어마하다. 용늪을 포함한 대암산 전체는 천연기념물 246호, 용늪만도 따로 생태계보전지역이다. 또 1997년 대한민국 최초 람사르협약 습지로도 등록됐다.

용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대암산 동쪽 인제군과 서쪽 양구군에서 각각 출발하는 방편이다. 인제군 코스는 자동차로 용늪 입구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니 참고할 것. 용늪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탐방 데크를 사이에 두고 큰용늪과 작은용늪, 애기용늪이 있다. 습지 전체 면적은 1.06㎢. 해발고도 1000m에 달하는 고지에 늪이 생긴 일은 4000~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지형과 기후 덕분에 끈끈이주걱과 비로용담, 삿갓사초 같은 희귀식물이 군락을 이뤘고 산양과 삵 같은 멸종 위기 동물도 이곳에 터전을 두고 살아간다.

생태계보전지역인 용늪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인제군 생태관광 홈페이지와 양구생태식물원 홈페이지에서 미리 탐방을 신청할 수 있다. 하루 탐방 허가 인원은 인제군 150명, 양구군 100명. 방문할 수 있는 날짜도 제한돼 있다. 용늪 탐방 기간은 5월 16일~10월 31일이지만 날씨에 따라 변동 여부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자.

습지의 놀라운 재생능력…운곡습지

내버려 뒀더니 보물이 됐다. 30년 만에 환골탈태한 전북 고창 운곡습지의 이야기다. 운곡습지는 우포늪이나 용늪처럼 어마어마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버려진 경작지가 고작 30년 만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정도의 자연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이 결정 나고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곡댐 건설이 시작됐다. 그렇게 운곡저수지가 생겨나면서 그곳에 자리한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고 사람이 떠난 자리를 다시 자연이 채우게 됐다.

고창IC에서 차로 약 8분 거리에 위치한 운곡습지. 쭉 뻗은 고속도로와 바투 붙은 운곡습지의 모습은 원시적이다. 멸종 위기종 수달과 삵을 비롯한 860여 종의 생물이 운곡습지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운곡습지 탐방코스는 모두 4코스. 고인돌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1·3코스가, 친환경주차장에서 2·4코스가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코스. 3.6㎞, 왕복 1시간 40분이 걸리는데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운곡습지생태연못, 생태둠벙을 거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습지 탐방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너비의 데크로드로 조성돼 있다. 좁은 길을 따라 어리연꽃, 낙지다리, 병꽃나무, 익모초, 노루오줌 등 이름도 생소한 온갖 녹색 식물로 가득 한 원시의 숲을 만난다. 생태둠벙으로 가는 길목에선 마을 흔적도 볼 수 있다.

깊은 숲속 생명수…동백동산 습지

동백동산 습지는 제주에서 네 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곶자왈 지대인 동백동산 안에 크고 작은 습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먼물깍이로 물이 귀했던 시절 이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이 깊은 곳까지 물을 길으러 왔다고 한다.

동백동산의 탐방 코스는 약 5㎞로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출발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다. 푸른 기운으로 가득한 숲길을 따라 걷는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용암이 빚은 바위 언덕과 그 틈을 비집고 자라난 생명력 강한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물깍이는 잔잔한 연못처럼 생겼다. 비바리뱀과 물장군, 긴꼬리딱새 등 멸종 위기 야생생물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적요로 가득 찬 깊은 숲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다. 3인 이상이면 해설사와 동행해 탐방할 수 있다. 곶자왈의 생태와 이곳에 터전을 삼았던 사람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간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해설사가 동행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 들러 코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동백동산 탐방 후엔 근처에 있는 선흘반못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이맘때면 수련꽃이 만발해 연못을 가득 채운 장관을 볼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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