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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판도라] `여자 혼자 여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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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갈수록 인기다. 이유가 뭘까. 우선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의 용기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고, 또 실제로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 많아진 때문일 테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세계여행을 떠나는 20·30대 여성의 이야기가 놀라웠지만 이젠 그리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혼자 여행하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영상이나 관련 글에 달리는 온라인 댓글을 보면 황당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죽기 싫으면 여자 혼자 여행하지 마라'든지 '성범죄 피해자 되고 싶어서 혼자 다니냐' '제정신이냐' 등 걱정을 빙자한 각종 폭언이 난무한다. 여행지에서 겪는 위협보다 그 댓글들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혼자 하는 여행은 동행이 있는 여행과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기자는 지난겨울 3주 동안 혼자서 태국과 라오스를 여행했다.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낯선 환경과 문화를 오롯이 혼자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짜릿했다. 음식을 먹을 땐 음식의 맛과 향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길을 걸을 땐 눈앞의 풍경과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매 순간 '여행하는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것이라면, 혼자 하는 여행이야말로 그 목적을 가장 충만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기쁨을 앗아가려고 하다니! 혼자 여행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알고 있다. 세계의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남성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여성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여성이 혼자 여행을 떠날 땐 남성보다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매일의 일상에서 남성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걱정하고 조심하며 살고 있다. 여행을 떠나면 그 무대가 바뀔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여자 혼자 여행'을 응원한다. 그럼에도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에서 하지 않을 법한 일은 해외에서도 하지 말기를. 밤늦게 어두침침한 길을 걸어 다닌다거나, 모르는 사람이 주는 술을 받아 마신다거나, 아무 정보도 없이 숲이나 산속을 혼자 돌아다닌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하지 말기를. 한국에서 그렇듯, 해외에서도 여성이어서 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안전한 여행을 즐기길 바란다.

※ 여행 관련 이슈를 전방위로 다루는 '여행 판도라'는 여행+ 소속 기자와 작가들이 직접 목격한 사건·사고 혹은 지인에게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꾸려집니다. 독자 참여도 가능합니다. 공론화하고 싶은 이슈를 비롯해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나 꼭 고쳐야 하는 관행, 여행 문화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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