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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매력 싱가포르] 낮과 밤 아찔한 대비…반전의 나라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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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랑강 일부를 매립한 용지에 세계 최대인 100만㎡ 규모로 만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사진제공 = 싱가포르 관광청]

오전 8시

평소 같으면 지옥철에서 시달릴 시간. 싱가포르의 아침은 달랐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 그 안에 폭 박히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보태닉가든의 첫인상이다. 초록 잔디가 발끝에 닿자마자 60만종이 넘는 열대 식물들이 뿜어내는 청아한 공기가 낯선 곳을 찾은 이방인의 긴장을 스르르 풀리게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다. 산책 나온 노부부, 반려견과 함께 딱 붙는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행객과 어우러져 느릿한 동작으로 태극권을 즐기는 싱가포르 시민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다. 예전의 싱가포르가 화려함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그 속에서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가이드의 말이 공감이 갔다.

오후 2시

마치 아지랑이가 일듯 물이 흐르는 유리 천장과 통유리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마저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곳. 싱가포르 국립미술관만 봐도 싱가포르가 짧은 역사적 한계를 극복하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이곳은 20세기 초 영국 강점기 옛 시청과 대법원으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소장된 물품은 19세기부터의 동남아시아 지역 현대미술 작품으로, 8000여 점이 전시 중이다. 규모만으로 세계 최대다. 유리와 독특한 금속으로 엮어진 차광막이 두 개 건물 사이로 부드럽게 늘어뜨려져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기존 건물 모습은 그대로 보존하고, 미술관으로 갖춰야 할 조명 온도 습도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 대리석 바닥과 계단, 대법원장의 집무실과 법정, 복원한 구치소까지 예전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저녁 7시

싱가포르는 야경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하늘에 닿을 듯 치솟은 화려한 디자인의 마천루들이 황홀하게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불이 켜지는 건물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바다 내음과 함께 천천히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것이 으뜸 코스다. 온몸의 세포와 온갖 감정들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싱가포르 야경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만족스럽다. 대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파노라마로 내려다봐도, 멀라이언 파크에서 올려다봐도, 어떤 모습을 렌즈에 담아도 A학점 급이다. 저녁 8시가 되자 마리나베이샌즈 광장 앞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야간 분수쇼를 보기 위해서다. 분수쇼는 눈앞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밤 10시

누워서 사진을 찍는다는 그곳에 도착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가장 시선을 뺏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슈퍼트리 그로브다.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높이 20~25m의 슈퍼트리 11개가 이어져 있다. 철근 위에 심어진 16만개 이상의 진짜 식물들이 나무 모양을 이룬다. 인공 나무지만 정말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배낭을 바닥에 두고 한참을 드러누워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반복하지만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말 매혹적인 야경이 눈으로, 기억으로 새겨졌다.

자정 12시

싱가포르에 머무는 기간 동안 밤 12시 전에 호텔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 12시가 되기 전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는 싱가포르에선 존재할 수 없었다. 밤이 되면 진가를 발휘하는 곳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남쪽 칼랑강 일부를 매립한 용지에 무려 100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진 인공 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싱가포르 특유의 혁신성을 바탕으로 정원의 도시라는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 원래는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평생 열대 식물들만 접하는 싱가포르인들을 위해 지어진 공간이다. 늦은 오후쯤 방문해 실내에 위치한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를 먼저 구경하는게 좋다.

※ 취재협조 =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 = 권효정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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