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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판도라] 친절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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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호텔 [사진제공 = 시몬스]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친절'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조사에서 1위는 '친절하고 정이 많다'였다. 외국인이 느끼는 친절과 정은 오랜 기간 정서적으로 이어온 우리 국민성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래시장에 가면 한 움큼 더 챙겨주는 '덤'도 우리만의 정이고,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범인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던진 대사에서도 한국인만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다. 광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베트남에서 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초코파이. 모 회사의 초코파이 광고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걸'이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情'이란 글자가 나타난다.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면 이심전심(以心傳心)아니겠나란 속뜻이 담겼다. 어쩌면 한국 표 친절은 '음소거' 내지는 '묵음' 문화라고 불러야 제대로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가끔 한국인이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모범답안은 '어색하거나 쑥스러워 표현을 못 할뿐 마음은 안그렇다'가 아닌가.

얼마 전 멕시코 출장 중 만난 투어 컨설팅업체 EPIC의 헥터 질레스 제너럴 매니저는 그들의 친절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멕시코의 서비스 문화를 일컫는 '만데메(Mandeme)'가 그것이다. 만데메에서 Mande는 Mander(명령하다)에서 온 스페인 말로, 조금 살을 보태면 '분부만 내려주세요'이다. 영어로는 command me 정도 되겠다. 16세기 스페인에 점령당하면서 정복자에게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던 때 쓰였던 말이다. 일면 굴욕의 잔재인 저 말이 현재 멕시코 서비스 문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내게 헥터 질레스 매니저는 이런 말을 건넸다.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아가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혀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가 아니겠어요? 고객이 높은 만족도로 멕시코에 머물다 간다면 분명 다시 찾을 겁니다. 만데메는 분명 아픈 역사에서 왔지만 슬기롭게 지금에 맞게 발전시킨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세계 10대 관광대국인 멕시코를 대표하는 관광이미지 상위권에는 '친절'과 '사람'이 빠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고객만족 서비스로 손꼽히는 포시즌스 호텔의 '친절'도 되새겨볼만 하다. 이저도어 샤프(Isadore sharp) 회장은 모든 서비스의 중심을 '사람(고객)'에 뒀다. 동서양인의 체형은 물론 사람마다 다른 수면 습관까지 고려해 이불 베개 등의 침구류를 다양화했고, 24시간 룸서비스나 욕실 어메니티, 피트니스 클럽 등을 최초로 서비스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포시즌스 호텔이다. 결국 고객에게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 친절이 뒷받침해 나온 결과물이다.

진심으로 우러난 마음 나눔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우리식 정이 그렇다. 세월이 흘러도 훈훈한 정을 느낀 순간을 떠올리면 뭉클해진다. 멕시코의 만데메도, 포시즌스 호텔의 고객만족도 다 같은 이치다. 어쩌면 친절은 최고의 만국공통어란 생각이 든다.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통하는 '언어'일테니 말이다.

[장주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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