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이오니어] "서울의 미래 키워드 `관광·엔터테인먼트`…2025년 서울 `MICE산업 세계 1위 도시` 기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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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 씨~~~~~."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집무실 중앙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LED 화면을 향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 시장의 음성을 인식한 LCD창이 긴박하게 반응한다. 박 시장은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서울시의 사건·사고, 교통, 기상, 치안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정보 시스템을 직접 선보였다. 그의 표정에 재임 중 한층 강화된 서울의 도시경쟁력에 대한 자부심이 역력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 없이 여행 철학과 관광 정책에 국한한 인터뷰임을 감안해 기자와 만나기 직전 캐주얼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세운상가부터 남산까지 혁명적 변화가 온다."

먼저 그가 취임 일성에서 밝힌 서울시의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 진흥의 성과를 물었다. '박원순 표' 서울시 재개발 정책의 기념비인 '서울로 7017'을 둘러싼 논란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3개월 사이에 400만명이 찾았다면 성공한 것 아닐까요.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요. 에펠탑이 지어졌을 때 파리 시민들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모파상도 그랬지만 어느 장관도 에펠탑이 보기 싫어서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1층 레스토랑에서만 식사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살아생전에는 한 점이라도 팔렸습니까. 서울로 7017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반대가 좀 덜한 편입니다." 논쟁적 정치인인 그답게 논란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서울로 7017은 서울을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마스터플랜의 출발점이다. 그 이후의 복안은 어떤 것일까.

"도시라는 것은 결국 '연결'입니다. 인체도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한 것처럼 도시도 연결이 잘돼야 합니다. 서울로가 연결되면서 청파동, 공덕동 등이 완전히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회현과 명동, 남산 주변도 마찬가지예요. 동서축과 남북축 등으로 연결된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남산까지 이어질 텐데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과거 항공모함이나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한 세운상가의 꿈이 새롭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세운상가는 앞으로 4차 산업 혁명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발맞춰 광화문도 개조돼야 합니다. 광화문과 연결해 국가의 중심역이면서 유라시아 철도의 종착역인 서울역 풍경이 전체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을 변모시키는 핵심 정책 중 하나가 '걷는 도시 서울'입니다." "모두를 배려하는 도시 서울을 만들 것."

원래 달변가이기도 하지만 관광과 여행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 박 시장은 마치 이 순간을 목마르게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가 최근 '걷기의 인문학' 저자 리베카 솔닛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지난해 촛불시위와 탄핵 정국에서 그가 기여한 부분을 묻자 '시민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의 80%가 거쳐가는 관문으로서 서울시의 관광 정책을 정의해달라고 했다.

"모두를 배려하는 도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서울은 전통문화의 유산과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특히 외국인에게 서울은 통행과 보행, 숙박, 식사 모든 면에서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편리한 곳이라고 자부합니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관광 약자에게도 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무장애 관광도시'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있지요. 그동안 관광 정책의 초점이 관광객 유치라는 양적 성장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관광하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데에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풍납토성 아래는 폼페이 잠들어 있어."

그러나 서울시장으로서 그의 의욕과 달리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가 조사한 국가별 관광경쟁력에서 일본이 4위, 중국이 15위에 오른 반면 한국은 19위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광 인프라의 개선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건 국가경쟁력과 도시경쟁력에는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비즈니스 트래블러'는 3년째 서울을 '회의하기 좋은 도시 1위'로 꼽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 부자 여행객이 가장 많이 돈을 쓰고 투자하는 도시 또한 서울이 1위라는 것은 몰랐지요? 두바이와 밀라노가 그 다음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서울은 훨씬 매력적인 도시예요. 지하철만 봐도 세계 어느 도시보다 편리하고 싸고 안전하고 재미있지요. 와이파이(Wi-Fi)만 해도 웬만한 곳에서 다 터지지 않습니까. 제2코엑스가 지어지는 2025년 서울은 마이스산업에서 압도적 1위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서울시장으로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방하며 치열하게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체험해본 많은 도시 중에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도시를 물었다.

"어느 도시에 가거나 그 도시만의 색깔과 향기, 개성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자기 개성이 무엇인지 잘 살리려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남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보고 배우되 자기만의 색깔, 향기를 가진 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은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차로 30분만 나가면 울창한 산 중턱에 다다를 수 있어요.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는 대부분 평야에 지어졌지만 서울은 아름다운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넓은 강이 있는 도시입니다. 아울러 2000년의 역사가 있지요. 전쟁 때문에 끊임없이 파괴됐지만 아직도 소중한 유산들이 남아 있습니다. 풍납토성 아래에는 폼페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기원전에 존재했던 한성백제의 수도로서 엄청난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죠. 앞으로 어마어마한 발굴이 이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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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가면 옛 노래 100곡 불러."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관광객이 격감한 것을 '외교적 실책'이라고 개탄한 그에게 사드 여파의 전망과 대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6년 전 서울시장에 취임할 때 외래 관광객이 900만명이었는데 작년에는 1300만명으로 400만명이나 늘었어요. 우선 관광의 질도 중요하지만 양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목표를 2000만명으로 잡았습니다. 중국국가여유국 국장이나 춘추여행사 회장을 만나면서 술잔을 주고받으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았습니다. 사드 한파를 보면서 한 지역에 편중하기보다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구만 2억명이 넘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들로 눈을 돌리려고 합니다. 그 지역의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여서 기대가 큽니다."

외래 관광객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서울의 어떤 매력을 내세워야 할까.

"작년 9월에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을 만났는데 '서울의 빅팬'이라 하더군요. 서울의 활력에 감동받았다면서 말이에요. 서울은 밤이 없는 도시지요. 홍대 앞을 가보세요. 언제나 사람이 넘치고 흥이 넘치지 않습니까. 나만 해도 노래방에 가면 흘러간 노래 100곡은 부를 수 있어요. 이런 면이 외국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세상의 어느 도시에 '타요 버스'처럼 웃는 버스가 있습니까. 도시를 '즐거워 죽겠는 도시'를 만들다 보면 관광객은 저절로 오게 됩니다." "못난 면도 보여주는 도시돼야 관광객이 올 것."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이 관광산업 발전에도 그림자가 있다. 최근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용어가 생길 만큼 관광객 범람에 따른 주민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는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잘 알다시피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요. 우리도 사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화 벽화마을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버린 적이 있지 않습니까. 관광이 지역 주민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알려야 합니다. 물론 관광객의 교양도 문제이겠지만 관광객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새로 만들어 주는 대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주민을 보호하는 골목, 관광객에게 개방하는 골목을 나누고 거기에 따라 상점을 배치해 함께 편리해질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예정 시간을 15분 넘겼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절반도 쏟아내지 못한 듯 했다.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매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했더니 두 가지 키워드를 주더군요. '관광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그때부터 관광에 눈을 뜨고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일자리도 가장 많이 생길 수 있는 분야가 관광이지요. 취임 후 6년 동안 서울 관광산업이 발전해왔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비자 문제를 완화시켜 한국을 '비자의 천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범죄 발생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대안을 찾아야겠지요. 싱가포르가 관광 천국이 된 것은 규제를 혁파한 것이 큰 이유지요. 점차 자유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은 곳곳에 숨어 들어가서 보고 즐길 것이 많다는 뜻이지요. 잘난 것 뿐만 아니라 못난 것도 보여줘야 합니다. 인도를 보세요.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뒤떨어지는 곳이지만 진솔한 모습 그대로의 인도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어메이징(amazing)'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이라고 칭송하지 않습니까."

[여행+ 이창훈 대표 / 장주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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