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이오니어] "여행? 따로 할 필요 있나요. 삶이 여행인걸요"
이은경 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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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미국 정부관광청을 비롯해 하와이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등 주요 미주지역 거점 도시의 관광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곳인 아비아렙스 코리아의 별명이다. 주한외국관광청협회(ANTOR) 회원사의 3분의 1을 아비아렙스 코리아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니 부러움 반, 질투 반이 섞인 별명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행이란 대주제로 똘똘 뭉쳐 사세를 키워나가는 그들만의 남다른 비결이 있을까. 이은경 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는 "(비결은) 딱히 없다. 그냥 여행을 정말 좋아할 뿐"이라고 답했다.

-특급 노하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소위 말하는 비기(秘記) 같은 것을 뜻하는 거라면 정말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 훌륭한 직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3개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팀을 맡고 있는 총괄 부장부터 팀원들 모두 실력자들이다. 오랜 기간 함께하고 있는 그들의 노하우나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관광청을 수주했는데 미주 내 여러 관광업계와 파트너십이 충분히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장점이란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성공사례를 하나 꼽는다면.

▷여러 좋은 기억이 있다. 그중에서 괌과 하와이를 꼽고 싶다. 괌은 전 직장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정도 홍보·마케팅을 했는데, 시작할 때 관광객 수가 1만명 정도였다. 2003년에는 13만명으로 13배 증가시켰다. 하와이 역시 2004년부터 계속 맡고 있는데 2만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20만명으로 10배가 늘었다. 두 곳 모두 허니무너와 가족여행 등의 홍보·마케팅에 중점을 둔 것과 2008년 한국인 비자면제 등이 이어지면서 도움이 됐다.

-건축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공부하고 싶어서 배운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 사업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다 보니 과묵한 학생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영어가 절대적이지 않은 수학이나 미술 등의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진로 상담 선생님이 성적 등을 보더니 건축학과를 가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해 시작했다.

-건축 전공자의 홍보·마케팅 도전은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말하지만 한동안 과묵한 학생 이미지를 지녔고, 어른 말씀 잘 듣는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학생이었다.(웃음) 선생님이 추천하니 그대로 따랐고, 대학 가서도 어려움 없이 졸업했다. 다만 졸업하고 한국 와서 직장을 찾다 보니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더라. 현장에서 부딪치는 쪽으로는 자신이 영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부모님 조언을 받아 홍보 쪽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도움을 줬나.

▷영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개척해냈다는 답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이를 어쩌나. 건축 전공한 것이 꽤 도움을 줬다.(웃음) 건축은 공간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는 학문이다. 역사나 미술사 지식도 있어야 한다. 인류학적 면에서 관광지 역사나 새로운 도시에 가서 건축물이 기능을 하는 등의 홍보 포인트를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건축을 배우다 보면 조직적인 시스템 짜는 것을 잘하게 된다. 어느 분야건 사람 관리가 중요하지 않나. 홍보·마케팅 분야는 특히 신경을 더 쓰게 되는데, 건축 전공의 노하우가 인적 조직을 규모 있게 꾸리게 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치더라.

-한 우물만 제대로 파고 있다. 관광 쪽 업무만 20년째다.

▷우리나라가 해외여행 자유화를 맞은 지 30년 됐는데, 이쪽 업무를 20년이나 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한순간도 지겹거나 힘든 적이 없었다. 관광이란 분야가 참 재밌는 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한다.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가지고, 그에 맞추고 때로는 앞서 나가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더라.

-그래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이다. 결국 여행을 좋아할 수밖에 없더라. 아니 원래도 여행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더 사랑하게 됐다는 표현이 맞겠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출장으로 가거나 만약에 일이 생기지 않아도 만들어 떠난다. 이제 여행이 일이 아닌 삶이란 생각이 든다.

-올가을 꼭 가봐라 하는 곳이 있을까.

▷당연히 미국이다.(웃음) 미국관광청 홍보를 맡고 있어서도 있지만 미국은 가을이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그중에서 시애틀과 포틀랜드, 뉴욕을 꼽고 싶다. 시애틀은 도시 전체가 지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곳이다. 가을바람 맞으며 트렌치코트 입고 분위기 있는 커피집을 찾는 소소한 여행만으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또 바로 인근에 포틀랜드가 있는데, 미국에서 요새 가장 뜨고 있는 곳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힙스터를 즐기는 이들이 많고, 때 묻지 않은 대자연과 훌륭한 음식도 좋다. 마지막으로 뉴욕. 요즘 혼자 여행가는 수요가 늘었는데 뉴욕은 혼자여행의 성지다. 브로드웨이 쇼, 갤러리나 박물관 관람 등 보고 즐길거리가 너무 많다. 더구나 낙엽이 내린 센트럴파크는 분위기 또한 끝내준다. 모든 곳이 SNS에 자랑하기도 좋을 것이다.(웃음)

-여행마니아로서 조언 한마디 한다면.

▷근거리 지역은 체력적으로 큰 준비가 없어도 수월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면 미리미리 자기 관리를 해줘야 한다. 흔히 10시간 비행하는 곳에 가면 10일이 지나야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기분 좋은 여행을 하러 가서 체력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면 너무나 안타깝지 않을까. 아무리 맛있는 것 먹고, 좋은 것을 봐도 자기 스스로 피곤을 느끼면 무용지물일 테니 말이다. 정보 검색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기본적 체력을 꼭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이창훈 대표 /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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