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만드는 그들 여벤저스] 홈볼트 펭귄 110마리 번식…11억 대박 낸 `펭귄 엄마`
코엑스 아쿠아리움 '아쿠아리스트' 용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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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달인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우리나라 최초로 홈볼트 펭귄을 번식시킨 아쿠아리스트 용해진 씨가 주인공이다. 국제적 멸종위기 1급 펭귄이, 이역만리 남미가 본래 서식지인 홈볼트 펭귄이 서울 도심 속 아쿠아리움에 완벽히 적응해 새끼를 치기까지 단 2년이 걸렸다. 20마리 펭귄가족은 자연번식을 거듭해 130마리로 늘어났고 현재까지 93마리를 전국 아쿠아리움 그리고 인도에까지 분양했다. 분양 과정에서 일어난 경제적 효과는 11억원. "(펭귄)사체를 가져오면 부검해주겠다"는 조롱을 들으며 2008년 들여왔던 홈볼트 펭귄. 아쿠아리움에 완벽히 적응한 것도 모자라 새끼까지 순풍순풍 낳는 기적을 행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엔 '펭귄 엄마' 아쿠아리스트 용해진 씨가 있었다.

-별명이 펭귄 엄마다.

▶ 2008년 홈볼트 펭귄을 처음 들여오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펭귄 수조를 맡고 있다. 2009년 최초로 번식에 성공해 지금까지 모두 110마리의 펭귄을 돌봤으니 '펭귄 엄마'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다. 사실 펭귄 돌보는 것이 아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 변의 색깔과 묽기를 확인하고 움직임을 관찰한다. 특히 걸음걸이. 뒤뚱거리는 정도가 평소와 다르다면 발바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쿠아리스트는 관찰력이 중요하다. 집중력과 끈기도 필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히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고. 초반에 애들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부리로 엄청 쪼여 손과 팔이 멍투성이였다. 많이 봐야 교감이 생기더라. 먹이 줄 때, 수조 청소할 때 수시로 펭귄에게 말을 건다.

-펭귄은 어떻게 들여오게 됐나.

▶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2007년 '수중동물원'으로 콘셉트를 바꾸면서 홈볼트 펭귄을 데려오기로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펭귄은 '자카스 펭귄'이었지만 뭔가 다른 아쿠아리움엔 없는 종을 입양하자고 뜻이 모아졌고 조건에 맞는 것을 찾다 보니 홈볼트 펭귄으로 결정 났다. 홈볼트 펭귄은 호기심이 많고 돌발행동을 자주한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러운 아이들이다. 새로운 환경에 쉬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다른 동물원에서는 홈볼트 펭귄을 데려올 엄두도 못 냈다. 애초에 일본의 아쿠아리움에서 홈볼트 펭귄 20마리를 입양할 땐 '죽이지만 말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번식은 꿈도 못 꿨다.

-홈볼트 펭귄에 관해서는 뭐든 최초다.

▶ 전시도 최초, 번식도 최초, 분양도 전부 최초다.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다. 일단 수조 만드는 것부터. 홈볼트 펭귄은 공기질환에 자주 걸린다. 병원 응급실 무균실에서 사용하는 필터를 수족관에 설치했다. 곰팡이균에 옮을까 봐 펭귄 수조를 나고들 때 철저하게 소독했다. 항상 소독약에 찌들어 살았다. 100m 밖에서도 "용(해진) 온다"고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장님도 펭귄 수조에 단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다. 보통 한 사람이 수조 두세 개씩을 맡지만 나는 홈볼트 펭귄 전담 아쿠아리스트다.

-노력을 바탕으로 결실(번식)을 맺었다.

▶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었다. (펭귄은) 정말 자연스럽게 번식했다. 최대한 그들이 살던 환경처럼 꾸며주자고 노력했던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다른 곳에선 펭귄을 줄 세워 먹이를 주지만 우리는 물속에 먹이를 던져준다.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 수조 조명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조명을 수동으로 조절해 여름엔 낮을 길게, 겨울은 밤을 길게 만든다. 펭귄 수조에는 특별히 해수를 넣는다. 수조 안에는 TV도 설치했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종이라 시각적 자극을 주는 거다. 노력한 결과 지금까지 110마리가 번식했고 개체수 유지를 위해 93마리를 분양했다. 지금은 37마리가 있다.

-펭귄이 죽은 적도 있었다고.

▶ 맨 처음 번식했을 때였다. 청소와 소독을 두 배로 열심히 했다. 장판도 새로 깔고 똥으로 범벅이 된 대나무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러고 딱 하루 뒤에 새끼가 죽어버렸다. '변'을 치운 게 화근이었다. 변은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에 접착제 역할도 하고 푹신한 매트리스 역할도 하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말끔하게 청소를 해주었더니 새끼 펭귄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가장 애착 가는 녀석은.

▶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2012년생 '딱지'다. 태어난 지 10일 정도 됐는데 부모가 배척을 하더라. 검사해보니 녹내장이 있었다. 아픈 아이다 보니 눈여겨보고 특별히 보살폈다. 얘도 그걸 아나 보다. 자꾸 와서 몸을 비비고 알은 체를 한다. 이 녀석이 8월 초에 결혼을 했다. 딱지가 우리 아쿠아리움에서 3세대 펭귄이니까, 얘가 번식을 하면 4세대가 되는 거다. 딱지가 새끼를 낳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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