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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색호텔 4곳] 어라? 눈을 씻고 다시보게 만드는 풍경
'발상의 전환' 혹은 '간절한 바람'. 상상으로 만족하던 기상천외한 소망, 그리고 이제껏 없었던 내일을 기대한다면 때로는 오늘의 것들을 과감히 뒤집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호텔에 도착했는데 배정된 방이 오션뷰가 아니라면 우리는 '호텔에 벽이 없으면 사방으로 바다가 보일 텐데…'라며 아쉬움을 담아 상상하곤 한다. 말도 안 되는 공상으로 지나치기 쉽지만 발상을 전환해보면 벽이 없는 호텔, 사실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자연의 모든 장면을 피부로 느끼고 싶은 바람은 벽이 없는 호텔을, 야생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은 소망은 기린과 밥을 먹을 수 있는 호텔을 탄생시켰다. 발상의 전환이다. 입이 쩍 벌어지는 세계의 이색 호텔 4곳을 소개한다.

스위스 알프스 벽 없는 호텔 '눌 스턴'
해발 1969m서 감상하는 알프스 파노라마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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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산 전체가 객실이 되는 지붕과 벽이 없는 호텔 눌 스턴(Null Stern)이다.

스위스 알프스 중턱, 해발 1969m 산속에 퀸 사이즈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지붕도, 벽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이 침대의 정체는 놀랍게도 호텔이다. 이름은 독일어로 '0개의 별'을 뜻하는 '눌 스턴(Null Stern)'. 호텔의 등급을 매길 수 없어 '0성급 호텔'이라는 의미와 투숙객이 '유일한 별'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침대 하나가 전부이지만 절대 초라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알프스산맥 전체가 룸인 셈이니까. 시야를 가리는 지붕과 벽이 없기 때문에 투숙객은 시시각각 변하는 알프스 전경을 파노라마로 누릴 수 있다. 룸서비스도 있다. 눈에 띄지 않은 가까운 오두막에 전담 버틀러가 상주하고 있다. 버틀러는 조식·석식 제공은 물론이고, 타인의 방해가 없도록 24시간 망을 봐준다.

하지만 이쯤 돼서 걱정되는 두 가지. 날씨 문제와 화장실. 비나 눈이 내리는 등 날씨가 안 좋을 경우에는 당일에도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 단 화장실은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가격 : 1박 약 24만원.

탄자니아 북동부 바다 속 '만타리조트'
수심 4m 침실에 누우면 360도 아쿠아리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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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바섬 앞바다에 있는 수심 4m 아래 침실이 있는 3층짜리 프라이빗 객실, 만타 리조트다.

이번엔 바다 한가운데다. 탄자니아 북동부 펨바(Pemba)섬 앞바다에는 네모난 나무 건물이 섬처럼 놓여 있다.

단 하나의 객실만 운영하는 수중 호텔 '만타 리조트(Manta Resort)'다. 육지에서 약 250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호텔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근 잔지바르(Zanzibar)섬에서 전세기 등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호텔은 수중·수면·옥상 총 3개 층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수중 침실이다. 수심 4m 아래에 있는 침실은 말 그대로 천연 아쿠아리움이다. 360도 둘러싸인 창문으로 에메랄드빛 바다 세상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밤이 되면 더 아름답다. 야간 조명이 켜지면 다양한 열대어의 현란한 향연을 누리며 잠들 수 있다. 욕실과 주방은 한 계단 위 수면층에 있다.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 옥상에는 라운지가 있어 일광욕을 하기에 좋다.

혹시라도 호텔이 물 위를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좋다. 강철 케이블로 해저와 연결해 꿈쩍없다. 가격 : 1박 약 180만원.

아프리카 케냐 '기린 장원 호텔'
기린이 고개 쑥 '노크'…아침 인사를 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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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기린 장원 호텔에서는 창문 너머의 기린과 아침식사를 함께한다.

기린에게 내 아침식사용 샐러드를 빼앗기는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만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일이 하루에도 수십 번 벌어지는 곳이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 위치한 '기린 장원 호텔(The Giraffe Manor)'이다. 한 동물 애호가 부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기린을 보호하기 위해 저택을 야생동물 체험 호텔로 개조했다. 동물원과 달리 기린과 상호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점이 포인트다.

기린들의 주 무대는 42만9752㎡(13만평)가 넘는 호텔 정원이다. 5m가 훌쩍 넘는 기린들은 고층 객실 창문에 노크하기도 하고 아침식사 시간에는 긴 목으로 객실 내 식탁 위를 수시로 넘나든다.

객실은 딱 10개만 운영한다. 1박에 60만원을 호가하지만 투숙을 원하면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키라 나이틀리, 브룩 실즈 등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유명 해외 연예인들은 이미 단골손님이다. 기린 말고도 멧돼지와 영양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가격 : 1박 약 60만원.

미국 캘리포니아 '포스트 랜치 인'
해안절벽 아래로는 태평양…뒤론 병풍같은 벤터너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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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서의 해안절벽 호텔 포스트 랜치 인에는 구름 속을 수영하는 것 같은 인피니티 풀이 있다.

인피니티 풀은 이제 흔하다. 그렇다면 '구름 인피니티 풀'은 어떤가. 해안절벽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 빅서(Big Sur)에 가면 구름과 함께 수영할 수 있는 호텔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도 인정한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호텔 베스트8에 속하는 미국의 '포스트 랜치 인(Post Ranch Inn)'이다.

호텔은 약 370m 높이의 절벽 위에 호젓이 놓여 있다. 아래로는 태평양이 펼쳐지고 뒤로는 벤터너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그 사이를 채우는 은은한 안개구름은 산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절경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안개구름이 절정인 새벽 무렵, 절벽 가장자리의 야외 풀장에 가면 눈앞에 구름을 보며 수영을 하는 꿈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객실은 총 40개.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퍼시픽룸'과 나무에 둘러싸인 '트리룸', 산을 바라보고 있는 '피크룸' 등 각기 다른 테마로 준비돼 있다. 하이킹 프로그램도 있다. 게스트들은 태평양을 굽어보며 벤터너산을 탐험할 수 있다. 가격 : 1박 약 115만원.

[김수민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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