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마음의 짐 내려놓고 구름바다에 풍덩…두바이를 품다
여행+ 조희영기자 아시아 女기자 최초, 1만3000피트 스카이다이빙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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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천사 맞잖아. 아유 이씨!"
10여 년 전 한 변비약 TV광고였다.
버둥거리며 날갯짓만 하던 박경림 천사가 변비약을 먹고는 가뿐히 하늘을 날면서 외치는 말이다.
볼 때마다 웃으면서 상상했다.
'나도 날아보고 싶다'고.
꿈은 현실이 됐다.
'불가능은 없다'는 두바이에서 '스카이다이빙'으로.

PM 3:00 꿀꺽, 침을 삼키다

호주, 괌, 스위스 인터라켄, 체코…. 전 세계 스카이다이빙 마니아들의 성소 중 요즘 가장 핫한 곳이 두바이다. 그런데, 맙소사. 하늘을 나는 데도 줄을 서야 하다니. 빈 시간을 찾다보니 두바이에 닿자마자 바로 점프를 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운명의 시간을 30분 앞둔 오후 3시.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바다를 보며 점프하는 '팜 드롭 존(Palm Drop Zone)'과 사막을 보며 점프하는 '데저트 캠퍼스 드롭 존(Desert Campus Drop Zone)' 중 팜을 택했다. 조교와 함께 몸을 연결해 뛰어내리는 '텐덤' 방식이다. 일단 몸무게 재기. 여자는 90㎏, 남자는 100㎏까지 가능하다. 물론 나는 '전혀 문제없이' 뛸 수 있었다. 구체적인 몸무게? 그건 절대 비밀. 선불금을 뺀 금액을 정산하니 의자에 앉아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침을 꿀꺽 삼켰다.

PM 4:03 "휘영, 초", 그렇게 이름이 불렸다.

초조해하며 20분을 기다리다가 매니저를 찾아가니 바지가 너무 짧다는 지적. 뜨거운 두바이 날씨를 고려한 패션이었는데 스카이다이빙에 부적합하다는 것. 기념품 숍에서 옷을 빌려 입으란다. 하지만 내 사이즈는 품절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사이즈는 글로벌 평균인 건가? 최대한 바지를 내려 입고 "아임 오케이"라고 몇 번 강조하니 겨우 통과시켜준다. 심장질환, 고혈압 등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약서에 사인했다.

오후 4시. 왜 이름을 안 부르는 걸까.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순간 굵은 바리톤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휘영 초(Hee Young CHO)".

4시 3분. 190㎝도 넘을 듯한 백인 남성이 악수를 청한다. '네가 내 목숨을 책임질 사람이구나….' 건장해서 한시름 놓였다. 이어지는 짧은 설명. "우리는 1만3000피트(약 4㎞)까지 올라간다. 바로 점프 준비를 하고, 뛰어내리면 손발을 위로 뻗어 아치 자세를 취해라. 내가 툭툭 치면 그땐 손을 내려. 착지할 땐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 자유낙하 1분, 낙하산 3분, 착지 1분이야. 끝." 그게 다였다.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PM 4:28 두바이 하늘을 날다

4시 9분. 카트를 타고 헬기로 이동. 프로펠러 바람이 엄청나다. 4시 12분 이륙. 둥실, 헬기가 뜨니 이내 수직 상승이다. 1만3000피트 상공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15분이었다.

4시 27분. 교관의 손목시계 고도계의 지침은 1만2000피트. 덜컹, 헬기 문이 열렸다. 확 들이치는 강풍. 1만3000피트 상공.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함께 간 핀란드 청년들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나둘씩 사라진다. 아, 세상에.

4시 28분. 낙하 직전, 촬영 교관이 나에게 내 기분을 물었다. "별로 안 무서워"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내 몸을 훅 민다.

"뭐야, 이거" 하려는데 허공이다. 파파팍. 온몸을 강타하는 바람과 기압(G포스)에 숨이 멎었다. 잠깐, 3시간 전에 먹은 점심이 역류하는 기분이 든다. 토할 것 같은 느낌.

엄청난 기압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촬영 중일 텐데, 내 얼굴, 마치 초대형 선풍기를 직격탄으로 맞는 찐빵 같지 않을까"하며 애써 웃었다.

(아마도) 4시 29분. 팍 소리와 함께 몸이 확 끌려 올라간다. 교관이 낙하산을 편 거다. 자유낙하 1분 동안 기압에 짓눌렸는데, 낙하산을 펴니 천국이다. 정신도, 세상도 똑바로 돌아왔다. 놀랍다. 발끝에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나라' 두바이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교관이 낙하산 줄을 좌우로 뱅크(기울기)해서 두바이 속살 곳곳을 보여준다.

"와, 푸른 빛깔 아라비아해와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가 빚어내는 광경이라니." 바다 한가운데 모래를 심은 야자수 모양 인공섬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안개가 얕아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과 두바이의 상징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까지 제대로 보인다.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만든 세계지도 '더 월드'도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를 아라비아만에 담아내겠다는 두바이의 비전과 인간의 욕망이 새긴 흔적.

PM 4:32 그리고 살아남았다

교관이 낙하 준비 사인을 준다. 다리를 쭉 뻗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걸까. 그가 갑자기 바다 쪽으로 낙하산을 기울였다. 엄청난 속도로 바다에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악~ 또 한 번 괴성이 튀어나온다. 그리고는 무사히 착지 지점으로 돌아왔다. 털썩. 정신이 혼미하다.

머릿속은 백지 상태. 5분 전까지 1만3000피트 상공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인생의 그 어떤 5분보다 짧으면서도 길었다. 남은 건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와 눈가에 남은 고글 자국, 온몸의 식은땀, 그리고 30분여 동안 귀를 울리는 멍멍함이었다.

돌아보면 4㎞ 상공에서 점프를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가장 두렵고 어려웠다. 그 이후로는 막연한 불안감만 머릿속을 맴돌았을 뿐이다. 두바이 여행을 가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이런 경험, 인생에 한 번은 꼭 해봐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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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다이빙 두바이 100배 즐기는 Tip

월~토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만 18세 이상 위에 적힌 몸무게 이내의 남녀 가능. 가격은 1인당 1999디르함(약 65만원). 자세한 사항은 http://www.skydivedubai.ae/ 참조.

※ 취재협조=두바이관광청(www.visitdubai.com/ko)

[두바이 = 조희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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