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식사는 종합예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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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일로 좋은 레스토랑들을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좋은 레스토랑은 과연 어떤 곳일까? 음식이 맛있는 곳, 오랜 역사와 전통이 남겨진 곳, 정중한 서비스와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마음에 남는 곳 등이 좋은 레스토랑으로 기억되곤 한다. 그런데 이 중 하나만 잘하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요즘 최고라 불리는 레스토랑들을 가보면 그 정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뛰어난 수준을 보이는 곳들이 많이 있다.

음식은 맛있을 뿐 아니라 독특하고 아름다우며, 인테리어나 서비스에도 자신만의 스토리와 퍼포먼스가 담겨 있다. 이러한 경향이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많은 시간과 노력, 창의성을 요구하는 어려움이겠으나 손님 입장에서는 감상과 경험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일이라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최근에는 식사 때 "자, 이제부터 종합예술공연 한 편을 감상하시겠습니다"라고 시작하기도 한다. 훌륭한 레스토랑에서의 정찬이 그림이나 공연과 견주어 예술이라 이야기하지 못할 바가 절대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수많은 레스토랑 중 최고의 종합예술공연이라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지난가을 방문했던 네덜란드의 'De Librij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De Librije는 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정도, 품위 있는 소도시 즈볼러의 호텔 겸 레스토랑이다. 소유주는 조니와 테레세 보어 부부. 남편 조니는 음식을 만들고 아내 테레세는 홀을 책임지며 소믈리에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사랑뿐 아니라 일에서도 의기투합했던 부부는 1992년 결혼과 함께 레스토랑을 구입했고 바로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이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3스타를 유지하며 네덜란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주요 테마는 '독특함'과 '열정'이다. 공간의 꾸며진 모습은 물론 두 사람의 외모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테레세를 만나는 순간 이곳에서의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요리는 예술의 수준이라 스스로 칭하는 최첨단 테크닉을 이용해 현대적·혁신적으로 만들어낸다. 건물은 18세기 초 교도소 건물을 매력적으로 리노베이션했다. 중정에 유리와 철제로 지붕을 얹어 메인 홀을 만들고 지하창고부터 모퉁이 작은 방까지 리셉션, 바, 식료품 상점으로 재탄생시켰다.

체크인,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정찬, 숙박과 아침식사, 체크아웃의 과정은 전담 버틀러의 전문적인 서비스와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수많은 도전들로 숨 쉴 틈 없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암스테르담에 세컨드 레스토랑도 있지만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꼭 즈볼러를 방문하시길 추천해본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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